지난 추석 연휴 때 대학졸업을 앞둔 조카 들에게 “취업 준비 잘하고 힘내라”는 격려 를 보냈다. 그러면서 요즘 청년 취업난이 심해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한 조카의 입에 서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헬조선’ 이라는 단어가 빠듯한 현실을 함축한 단어 라는 건 매스컴을 통해 종종 접해봤었지만 친조카의 입에서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청 년층의 비애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헬조선’이라는 말은 모 인터넷 사이트에 서 한국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단어라고 한 다. 처음에는 몇 몇 소수 인원들만 사용했 지만 점차 경제난, 취업난 등 젊은 세대들 의 문제점을 함포하면서 우리나라의 고질 적인 문제를 총칭하는 단어로 떠올랐다. 이미 단어 자체가 ‘지옥 같은 조선(대한민 국)’을 뜻하고 있으니 그 속에 담긴 뜻을 하 나하나 헤아려보면 섬뜩할 정도다. 이런 단 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 조카를 보니 젊은 세대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생 각에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었다. 젊은 세대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를 지옥 같이 여기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는 또 다른 신조어로 설명할 수 있다. 바로 ‘금 수저’와 ‘흙수저’다. ‘금수저’는 부모가 가진 재산이 많아 결혼, 취업, 생계 등을 걱정하 지 않고 여유롭게 살아가는 자녀들을 말한 다. 반면에 ‘흙수저’는 연애, 취업, 심지어는 학업까지 걱정하며 생계 걱정을 놓지 못하 는 서민층 자녀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 ‘금 수저’와 ‘흙수저’간의 차이에서 이미 젊은 세대는 희망을 한 풀 꺾이게 된다. 실제로, 부의 세습은 이미 우리나라의 고 질병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속담은 옛 말이 된지 오래고 부모의 수입에 따라 자녀의 학력도 좌우된 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이처럼 태생적인 부 분부터 자신의 미래가 갈린다고 생각하니 젊은이들이 조국을 지옥으로 표현하는 것 도 크게 과장된 건 아닌 듯하다. 이렇게 젊은 세대들이 꿈과 희망을 잃어 버리고 현실에 대한 불신만 쌓여가면서 그 화살이 기성세대로 향하기도 한다. 기성세 대들의 “노력이 부족하다”, “우리 때는 더 힘들었다” 등 조언을 가장한 핀잔에 이골 이 났다는 반응이다.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 대를 나약하고 시도도 하지 않는 겁쟁이로,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를 시절을 잘 만나 편하게 살면서 지적만 하는 ‘꼰대’들로 평 가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등으로 나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때 세대 간의 갈등은 서로의 마음을 더 답 답하게 만들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가장 빠르게 배우는 것은 ‘포기’다. 몇 년 전까지 만 해도 ‘3포 세대’라는 말이 있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인데, ‘3포 세대’는 얼마 후 취업과 주택 구입까지 포 기한 ‘5포 세대’로 확대됐다. 그러더니 인 간관계와 희망을 포기한 7포 세대가 등장 했고, 최근에는 포기한 게 셀 수도 없어 아 예 ‘N포 세대’까지 등장했다. 기가 찰 노릇 이다. 누가 그들을 그리 무력하고 나약하게 만들었을까. 점차 설 곳을 잃어가는 젊은이 들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심지어, 우는 아이 뺨 때리듯 취업시장마 저 더욱 꽁꽁 얼어붙고 있다. 체감경기는 IMF때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하니 걱정하 지 않을 수 없다. 한 때 ‘새마을 운동’과 ‘한강의 기적’ 등 기 회와 성장의 아이콘이었던 우리나라가 오 늘날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할 젊은이들에게 지옥 취급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다시 한 번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헬조 선’이 아닌 ‘헤븐 조선’이 돼야 한다. 기성세 대를 포함한 정부, 기업, 전 국민들이 젊은 세대의 화려한 부활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