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공격하라!”
탈해왕의 공격 명령이 떨어지자 일모(日侔)도 부하들에게 공격명령을 내렸다.
“공격하라. 공격하라!”
신라군 영채에서는 공격을 알리는 소라 나팔소리가 부웅 부웅! 하고 울렸다.
탈해왕의 용검(龍劍)이 허공을 가르면서 말이 앞으로 달려나가자 일모(日侔)는 선봉에 선 여러 장수들에게 거듭 공격명령을 내렸다. 신라군의 날쎈 5천의 기마병은 일제히 적군의 영채를 향해 돌풍처럼 밀고 들어갔다.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신라 기마병은 다라국 진영을 향해 달렸고, 말발굽에서는 뽀얀 먼지가 구름처럼 일었다. 싸움이 시작되면서 양쪽 군사들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칼과 칼이 부딪치고 창과 창이 부딪치면서 양쪽 진영의 군사들이 숨가쁘게 격돌했다. 양쪽 군영의 깃발들이 어지럽게 펄럭였다. 일모(日侔 : 히호고)는 선봉을 담당한 기마대를 이끌고 있었고, 그 옆에는 장수들의 호위를 받은 탈해왕이 있었다. 일모(日侔 : 히호고)는 다라국의 장수 효동(孝童)과 맞서 싸웠다. 비록 50이 넘은 나이지만 효동의 칼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잠시 싸우던 효동은 일부러 힘이 부치는 척 하면서 말을 뒷걸음질치게 하면서 한쪽 구석으로 일모(히호고)를 유인한 후 칼을 맞대고 싸우면서 말했다.
“미파왕후는 내가 사랑했던 여자다. 그러니 나는 너의 아버지다.”
“헛된 소리 하자마라!”
“아버지와 아들이 이렇게 싸워서야 되겠느냐. 우리 이러지 말자.”
“내 아버지는 걸손국 이소지왕이다.”
“넌 내 아들이다. 이소지가 아니라 내가 너의 아버지다. 넌 내 아들이다.”
“헛된 소리 하지 말래두..내 아버지는 걸손국 이소지왕이라 하지 않았느냐. 야앗!”
일모(日侔)의 칼이 효동의 머리로 날아 들었지만 효동은 칼을 잘 피했다. 효동은 아들인 일모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일모가 자신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게 된 지금 자신은 일모와 싸워 죽이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자신이 일모의 칼에 죽고 싶었다. 그래서 효동은 싸우기 보다는 방어하는 데만 주력했다. 효동은 사정없이 달려드는 일모의 칼을 피할 뿐 적극적으로 싸울려고 하지 않았다. 효동(孝童)은 사생결단으로 달려드는 일모(日侔)를 마지못해 대항하는 듯 흉내만 냈다. 효동은 일모의 칼을 받아내면서 말했다.
“비록 내가 죽더라도 돌아가서 미파왕후에게 물어봐라. 효동이란 남자가 살아서 이 전쟁에 나왔다고 말이다. 그리고 너와 목숨을 걸고 싸우다가 죽었다고..”
“오늘 이 전쟁에서 반드시 다라국을 이겨야 한다. 이 전쟁에 나올 때 어마마마께서 나에게 말씀하셨다. 다라국과 싸워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말이다. 만일 이기지 못하면 신라와 돌아오지 말라고 하셨다.”
“혹여 내가 죽거던 미파왕후에게 전해다오 미파공주를 사랑했던 호위무사 효동이 이 전쟁에 나와서 아들의 손에 죽었다고 말이다.”